최근에 자전거 매니아들 사이에서 자전거 캠핑(이하-자캠)이 뜨고 있다. 자캠이 늘어남에 따라 장비의 선택도 중요하게 됐다. 자캠의 장비는 한마디로 백패킹 장비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보온성을 만족시키면서 가볍고 부피가 작은 제품들이 적합하다.
기자는 2년여 전 자전거에 캠핑장비를 싣고 1년 년간 아내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그 때의 경험을 토대로 '매트리스 선택'에 관한 기초 정보와 약간의 팁을 정리해보았다.
캠핑 장비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우리가 선택한 매트리스이다. 동두천 양키시장이란 곳에서 구입한, 개당 만원짜리 군용 매트리스.
두께는 8mm이고, 무게는 530g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무게이다. 질감은 푹신한 일반 발포 수지 매트리스에 비해 조금 딱딱하다.
이런 종류의 매트리스중 많이 사용되는 제품 중 하나로 '써머레스트 지라이트솔'이란 제품도 있는데, 비교적 두꺼운(2cm) 편임에도 발포매트리스의 특성상 동계용으로는 취약하다.
우린 지라이트솔 두께의 반도 안되는 이 매트리스로 2월의 중국 새벽 기온(-15도)을 견뎌냈고, 쌀쌀한 서유럽의 6월 밤기온(3도)도 겪어 보았다. 정말 무식해서 고생한 사례라고 아니 할 수 없다.
1년여의 여행을 끝내고 올 때까지 필자는 매트리스도 단계별로 내한 온도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허공에 떠있는 냉기만 침낭으로 차단하면 되는 줄 알았고, 바닥은 8mm 짜리 스티로폼 하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바닥의 냉기도 두툼한 매트리스로 차단을 해줘야 따뜻한 취침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에어매트리스를 사기로 하고 약간의 공부를 했다. 일단 에어매트리스엔 '자충식'과 '비자충식'으로 분류가 된다. 자충식은 밸브를 열어놓으면 어느 정도의 공기가 스스로 채워지는 방식이고, 순수 공기주입식보다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
위 사진은 비자충식이며 세 가지 형태로 판매가 되는데, 맨 좌측은 머리부터 엉덩이 정도까지만 커버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는 폭이 좁은 스타일이다.
매트리스의 스펙에 대해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보자면, 캠핑용품 전문 브랜드들에서 판매되는 매트리스들의 제원표엔 'R-벨류(R-value)'라는 단위가 표기되어 있다.
R-벨류는 열저항값(Thermalm Resistence)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단열의 정도를 나타낸다. 대략 동절기에 사용할 수 있는 매트의 R-벨류는 4.0 이상이라고 보면 된다. R-벨류가 4.0의 내한 온도는 -10도~-15도 정도이다. (발포매트리스인 써머레스트 지라이트솔의 R-벨류는 2.6)
저렴한 데다가 폭도 넓고 두께도 두툼하며 무게까지 가볍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필요한 성능들을 충족하면서 장기 내구성까지 갖춘 좋은 에어매트리스로 고른다면 절대로 가격이 저렴해질 수 없다. 이 매트리스란 장비도 각자의 구매력을 감안해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아이템이다.
위 사진의 제품은 필자의 지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제품중 하나인데, 두께가 6.3cm 로 꽤 두꺼운 모델이고, R-벨류는 4.9 이다.
비자충식은 공기를 입으로 불어넣어야 하는데,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위 모델은 자전거 여행자에게 인기가 있는 모델이지만, 저걸 만약 입으로만 분다면 표도르와 격투기를 12라운드까지 뛴 에너지 소모를 각오해야 한다. 캠핑장에서 기절하지 않으려면 저런 펌프가 필요한데, 저 펌프 가격만 45,000원이다.
일단 필자는 첫 번째 에어매트리스로 코베아에서 출시한 '마운틴 2'를 선택했다.
충분한 검색은 하지 못했고, 단순하게 유명 브랜드인데다가 자충식임에도 무게가 비교적 가볍다는(700g) 점 때문에 골랐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했다.(약 8만원)
코베아 마운틴2에 대한 제원은 위 사진과 같다.
그런데 막상 제품을 받아놓고 보니 두께는 만족스러웠지만(3.8cm), 폭이 너무 좁았다.(51cm) 반듯이 누워 있으면 양팔이 매트리스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래서 좀 더 세심한 검색 끝에 두 번째 매트리스로 '니모 조르 25L' 모델을 샀다.
이 제품의 가격은 11만원 정도이다.
패킹 사이즈는 패니어 안에 충분히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이다.
맨 오른쪽 모델이 니모조르 25L 인데, 제원에서 보다시피 폭이 64cm 이고 두께는 4cm이다.
펼쳐놓고 보니 역시 코베아 마운틴 2에 비해 크기가 넉넉하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남았다. 이 제품은 가격과 무게(650g)가 만족스러운 대신에 자충식이 아니라서 공기를 입으로 불어 넣어야 한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했을 때 이런 기분이었을까? 내 잡동사니 박스를 뒤져서 굿아이템 하나를 만들어냈다. 사진에 보이는 것은 폐기된 로드용 튜브인데, 튜브 밸브 양옆을 잘라서 펌프와 매트리스 밸브를 연결하는 어댑터로 개조했다.
예전에 국토종주를 하면서 누군가가 새 튜브로 교체하고 버리고 간 듯한 로드 튜브 2개를 길거리에서 줏어왔는데, 이게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튜브의 지름이 매트리스 밸브에 (늘려서 끼웠을 때) 딱 들어맞는다.
자전거 여행자라면 휴대용 펌프는 반드시 갖고 다닐 것이니 저 자작 어댑터만 있다면 45,000원짜리 펌프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이다.
입으로 바람을 넣었을시 수분이 유입되어 보온성이 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이 물건은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시연을 해보니 아주 잘 들어간다. 다만 펌프질을 50여 차례 이상 해야 하는데, 너무 빨리 하다보면 펌프 몸체가 뜨거워진다. 펌프 내부의 윤활유가 연소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중간 중간 식혀주면서 펌프질을 해야할 것 같다.
기사최종편집일:2024-05-11 22:5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