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가 풀리면 전국 투어를 한 번 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이다. 정말 제대로 전국 일주를 하자면 자전거를 제대로 살펴보아야 한다. 처음 여행을 시작하는 자전거엔 많은 짐이 실리게 된다.  평범한 자전거로는 저렇게 많은 짐을 싣기가 불가능하니, 처음부터 투오링 자전거를 사거나 일반 자전거를 '개조'해야 한다.​

투어링 자전거는 완제품 차체에 거의 모든 장치가 달려서 나온다.  그러나 저런 유명브랜드의 투어바이크는 기본형도 3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러면 보통 많이 타는 산악용자전거(MTB를 이용하려고 한다. 그런데 보통 MTB에는 여행용 장치가 전혀 달려 있지 않다.  심지어는 페달도 없이 공장에서 출고된다.  사진의 자전거도 유명브랜드의 200만원대 MTB인데, 아무 옵션을 걸지 않으면 저 상태로 고객에게 인도된다.

자! 그럼 편하게 이제 50만원대의 일반 자전거를 샀다고 가정하고, 여행용 장비를 하나하나 달아보는 '개조'를 해보자.

 먼저 '머드가드'라고도 불리는 '휀더'가 있다.  53,000원이나 하는 이 물품은 수입품이라서 판매처가 많지 않은데다가, 가끔 재고가 바닥났을 땐 돈이 있어도 못 샀던 아이템이다.

 알루미늄 크랭크커버인 이 제품은 배송료까지 해서 9만원이다.  3년 전에 이 제품을 두 개 구입했었는데, 참 속이 쓰렸던 기억이 있다.

 '리어랙'이라고 하는 뒷짐받이는 반드시 달아야 할 장비인데, 검증된 브랜드로 선택하자면 평균 10만원 후반대를 지불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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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론트랙도 10만원 이하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심지어 뒷짐받이에 별도로 달 수 있는 스프링 고정대도 저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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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여행용 액세서리만 비싼 게 아니다.  핸들바에 부착하는 장바구니도 자전거 한 대 값이다.

 거기에다가 장거리 여행자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룩스' 안장으로 교체하는 데에도 10만원 정도를 써야 한다.

 국내 유통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자전거 용품의 대부분이 수입산이다보니 고무벨트 하나도 16,000원이다.

 자전거 여행시 없으면 매우 불편한 '킥스탠드'도 좀 튼튼한 걸 고르려면 4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앞바퀴를 지지해주는 프론트 스탠드도 69,000원이나 한다.

 이런건 3천원 짜리를 사도 큰 문제가 없지만, 이런 액세서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여행자들은 위에 나열된 비싼 유럽산 부품들을 구입해서 '개조'를 한다.

 이제 통장 잔고를 무참히 공격하는 유명 제품들은 잠시 옆으로 밀어놓고, 좀 뜬금없지만 포털사이트에서 쉽게 검색되는 쌀집 자전거를 살펴보자.

 예전엔 신문 구독을 시작하면 보급소에서 사은품으로 주었던 자전거다.

 그런데 우리가 위에서 혀를 내두르며 보았던 옵션들이 거의 다 붙어 있다.

 쌀을 두 포대 실어도 끄떡없는 강철 아연도금 짐받이에 흙받이도 앞뒤로 달려 있고, 크랭크 커버는 아예 뒷바퀴축까지 체인을 감싸고 있어서 먼지 유입이나 바짓단 오염을 막아준다.  킥스텐드도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고, 브룩스 제품처럼 안장에 스프링도 달려 있어서 노면의 충격으로부터 엉덩이를 보호해준다.

 이 자전거가 8만원대다.​

 조금 비싼 걸 사도 20만원 미만이다.

 자전거를 한 번도 구매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아깐 이 크랭크커버 하나가 자전거 값이었다.

 15만원짜리 짐받이에 34,000원짜리 스프링 고정대를 별도로 사서 달아야 완성되는 형태의 짐받이도 그냥 서비스로 붙어 있다. 

 킥스탠드는, 없으면 반품 사유가 될 정도로 당연한 구성품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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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전거도 '유사 산악자전거'라는 타이틀이 붙은 MTB다

'유사'라는 전제가 붙은 만큼 저가 자전거인데, 여기엔 그래도 크랭크커버와 킥스탠드가 기본으로 붙어 있다.

 일단 한가지 패턴은 확인이 됐다.

 여행 용도를 아예 배제하고 만들어지는 MTB는 가격이 쌀수록 부착물이 많고, 비싸질수록 생략되는게 많아진다는 점이다.

 그런데 오늘은 '위에서 언급한 이런 아이러니한 현상이 왜 일어났는지?' 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고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니다.

 이미 소비시장에서 고착화 되어버린 이런 현상에 반기를 들어봤자 별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에 대한 경험이 어느정도 되는 매니아들에겐 '당연한' 이 현상을 굳이 이렇게 포스팅까지 하는 이유는, 초보자들이 현명한 소비를 하게 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