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취미로 정하고 동호인의 첫발을 내딛는 사람이 자전거를 사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면 혼란스러지기 마련이다.  다 그게 그거 같은데, 어떤 건 20만원이고 어떤 건 2백만원이니 선택을 쉽게 할 수가 없다.

기자는 지인들 사이에서 자전거 매니아로 인식되면서부터, "자전거를 살려고 하는데 어떤 걸 사야 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다.  자전거 관련 카페에 가보면 "자전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추천 좀 해주세요.." 라는 질문이 종종 올라온다.

 물론 나 역시 저런 질문에 짧고 명쾌하게 대답을 할 수가 없다.  자전거 종류가 너무 많고 모델명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지금 주로 판매되는 자전거가 어떤 모델인지 시시각각 파악하고 있지 못하는데다가,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자전거를 좋아하는 성향인지도 파악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동호회에서도 역시 저런 질문엔, "일단 검색부터 해보세요" 라던지, 50만원 미만 자전거는 다 거기서 거기니 아무거나 사세요" 라는 대답이 나오곤 한다.  그러나 그런 대답을 듣고 "아 그렇구나" 라고 생각할 초보자는 없다.

 더 답답할 뿐이다.

 그래서 집 근처 자전거샵을 찾아가 보면 사장은 저가형 자전거를 인터넷보다 10만원 이상 비싸게 부르거나, "백만원은 넘어야 쓸만한 걸 살 수 있습니다" 라고 마진율이 높은 모델을 권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많거나, 서민이지만 이번에 큰맘먹고 투자할 결심을 세운 예비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렇게 이백만원이 넘는 자전거를 선듯 살 순 없다.

 그래서 이렇게 매장 바깥에 전시된 자전거를 보고, 사장이 괜찮다고 하는 자전거를 20여만원에 덥석 사갖고 집에 돌아온다.​

 그러나 처음 몇 번 타다가 2,3개월 방치되고, 또 비 한두 번 맞다 보면 변속이 잘 되지 않기 시작한다.  그래서 구입한 대리점에 가져가 무상수리를 기대해보지만, 사장은 기름 몇 방울 발라주고 관리 부주의란 이유로 5천원을 받아낸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이 지나면 구동부에 녹이 슬기 시작하면서 바퀴 바람도 빠지고, 수리 몇 번 받다 보면 몇 만원의 지출이 자꾸 더해지면서 결국 애물단지가 되고 만다. 이런 과정을 겪은 사람들은 이후부턴 자전거를 멀리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초보자가 첫 자전거를 부담 없는 돈을 주고 사서 자전거 타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녹이 잘 스는 차체와 부품을 피하는 것이다.

 위 사진을 자세히 보면 체인은 녹이 나서 끊어졌고, 크랭크암 역시 녹이 슬었으며 휠(바퀴) 허브(축)까지 새까맣다.  사진상으로는 안 보이지만 프레임도 철 재질이라 다른 부품과의 결합 부위에 모두 녹이 났을 것이다.  이런 건 수리비가 새자전거 값보다 훨씬 더 나온다.  

 흔히 이런 시행착오를 겪게 되는 초보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산더미 같지만, 길고 자세히 설명해봐야 머리만 아플 뿐이다.  오늘은 최소한의 설명으로 최소 지출해야 하는 액수를 기준 삼아, "최소 이 정도 등급 이상은 사야 한다" 라는 가이드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사진상 보이는 것처럼 바퀴 축 체결 방식이 15mm 육각볼트(화살표)로 되어 있는건 사지 말자.  육각볼트 체결 방식 자체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30만원 미만의 자전거에서 육각볼트는 낮은 등급의 상징이 된다.   저렴한 육각볼트 방식을 썼다면 다른 부품들의 재질 또한 너무 조악하다는 얘기다.  육각볼트가 녹이 슬었다고 해서 큰일 날 일은 없지만, 브레이크나 구동부에 녹이 슬면 거의 버리게 된다.

 그리고 21단 이하의 기어수를 가진 자전거도 피하자.  이 부분 역시 21단 자체가 나쁜 게 아니다.  고가의 자전거에도 21단 기어비가 사용될 수 있다.   다만 한국 보급형 자전거 시장에서 21단 자전거는 쉽게 녹이 스는 부품들로 대충 조립된 자전거들이기 때문에 21단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21단 위부터는 비슷하다.  24단,27단,30단 모두 서로 바퀴가 호환되므로, 24단 이상의 자전거들은 어느정도 내구성과 정밀도를 갖추고 있다.

 난 개인적으로 자전거의 경정비 기술(펑크때우기,기어세팅하기,체인청소)을  터득한 사람은, 25만원 짜리 24단 자전거를 천만원 짜리 30단 자전거와 비슷하게 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비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21단 짜리 자전거는 자주 고장 나서 얼마 못 쓸 것이다.  실제로 난 4년 전에 22만원 주고 산 24단 짜리 자전거로 국토종주도 했고 현재 출퇴근용으로도 잘 쓰고 있다.  앞으로도 십 년 이상 정비해가며 부드럽게 탈 자신이 있다.

 이제 초보자가 수많은 저가 상품들 속에서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명심해야 할 것들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1. 프레임은 꼭 알루미늄이어야 한다. 그래야 녹이 안슬고 오래 간다.

 2. 기어는 24단 이상이어야 한다.

 3. 휠(바퀴) 고정방식이 큐알 레버 방식이어야 한다.

 이 세가지를 충족시키면서 가장 저렴한 걸 사면, 구입 후 몇 번 타다가 수개월 방치해도 애물단지가 될 일은 없다.  푹 꺼진 바퀴에 바람만 넣어주면 다시 잘 굴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