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화교수가 안개 자욱한 북한강 자전거 길을 달리고 있다.문교수에게 자전거는 자기과 대화하는 도구였다.

우리나라의 모든 높은 고개(1.000M 이상)와 큰 강을 건너 달려 본 흔치 않는 라이더, 계명대 문성화 교수의 글을 바이크뉴스 독자들에게 앞서 소개하였었다.(2015.8.3. ,2016.5.23.) 마침 문 교수가 보통 라이더들이 얘기하는 국토종주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4면(동해, 남해 ,서해안, 휴전선 길)의 자전거 종주를 마치고 종주기를 전하여 왔다.

그의 비범하기까지 한 치열한 종주기를 바이크뉴스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은, 나름 앞으로 국토종주를 꿈꾸는 독자들에 큰 도움이 될까해서이다.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미고 그의 글을 소개하게 된 것을 감사한다.
(편집자 주 -이하 문성화교수의 글)

대한민국 모든 종주를 완성하며

7월18일 새벽 2시30분 속초시외버스터미널을 출발하여 오후1시경 춘천고속터미널에 도착함으로써 나는 대한민국 동서남북 4면 종주를 모두 완성하였다. 4년 전 2012년 여름, 친구의 생활자전거를 빌려 타고 자전거 복장이 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구를 출발하여 고 노무현 대통령의 묘소에 참배하기 위해 첫 장거리 라이딩을 시작한 게 오늘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4년 5월 내 소유의 중저가 자전거를 마련할 때까지 계속해서 나는 친구에게서 빌린 자전거로 집 근처 낙동강 자전거 길을 조금씩 달렸을 뿐 낙동강 종주조차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내 소유의 자전거를 마련한 기념으로 아침에 강정보를 출발하여 안동댐까지 11시간 만에 달리고 당일로 집으로 돌아왔다. 이게 나의 4대강 종주를 향한 여정의 신호탄이었다. 그전에 이미 낙동강 하구둑까지는 달렸기 때문에 낙동강 종주를 마친 것이었다. 이렇게 불이 붙기 시작한 나의 라이딩 열정은 더욱 불타올랐다.

문 교수의 첫 자전거 휠러

2014년 5월에만 달린 게 전주에서 출발하여 임실을 경유하여 총거리 212km 섬진강 종주를 완성하고, 며칠이 지나서는 대구를 출발하여 국도를 따라서 담양댐까지 204km를 달려서 1박을 하고 다음날 목포까지 영산강 종주도 마쳤다. 이렇게 1박2일 동안 대구~목포를 달린 거리가 340km 정도였다. 6월이 되어서는 당일로 금강 종주를 했으며, 6월19~21일 2박3일 동안은 대구에서 영주까지 고속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가서 죽령을 넘고 단양, 평창, 오대산 등을 거쳐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350km 라이딩을 했다. 이때 처음으로 1000m가 넘는 고개 구룡령과 운두령을 넘었는데, 아직 근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때라서 소위 말하는 끌바도 경험했다. 같은 해 여름에는 나머지 구간인 오천 자전거 길과 새재길, 남한강 길 그리고 북한강 길을 달림으로써 4대강 종주와 국토 종주를 한꺼번에 완성하였다.

운두령 고개에서

이때까지만 해도 동•서•남해안 종주나 백두대간 종주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의 나의 종주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4대강 종주 등의 적극적으로 도와주면서 차량으로 지원하기도 하였다. 그러던 중 여름방학이 끝나갈 무렵에 지리산에 자전거를 타고 가고 싶다는 생각에 함양터미널을 출발해서 성삼재와 정령치에 올랐다. 대학생일 때 나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방학만 되면 지리산 등산을 늘 하곤 했는데, 그로부터 거의 30년 가까이 지난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게 된 자전거를 타고 올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전거로 지리산을 올라봄으로써 나는 백두대간 모든 고개를 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름방학은 끝나가고 가을, 겨울에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다음 해로 미루게 되었다.

정령치 , 제일 빡센 고개 중 하나 였다.

계절이 가을로 접어들면서 바다가, 그것도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가 보고 싶어졌고, 울진을 출발하여 삼척과 동해, 강릉 등을 거쳐서 양양까지 190km를 달렸다. 이 라이딩은 전날 밤 대구에서 울진행 막차를 타고 가서 터미널 근처에서 잠시 잠을 청한 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라이딩을 시작했는데, 아직 동해안 인증센터가 만들어지기 전이었으며 자전거 길도 거의 없는 상태라 7번 국도를 제법 많이 달리기도 했다. 양양에 도착하여 버스 시간표를 보니 밤 9시경에 막차가 있었고, 대구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1시30분이 다 되어서였다. 이때 무리를 했는지 오른쪽 무릎이 너무나 아파서 집에까지 15km 정도는 거의 왼쪽 달리로만 페달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계획이 생겼는데 바로 해운대까지 동해안 종주가 그것이었다. 이미 울진~통일전망대 구간은 달렸으니, 이제 울진~해운대만 달리면 동해안 종주를 완성하는 것인데다가 나머지 구간은 대구가 멀지 않기 때문에 3구간으로 나누면 각각 당일로 모두 달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동해안을 달리다가 일출을 바라본다.

그래서 2014년 가을에는 울진~포항, 포항~울산, 울산~해운대 구간을 주말을 이용해서 달렸으며 11월 말에 동해안 종주를 완성했다. 드넓게 펼쳐진 동해안을 달렸을 때 그 속 시원했던 느낌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생각해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인 봉길터널(2.4Km)을 했을 때의 경험이다. 감포 문무대왕릉근처 원자력 발전소 바로 옆에 건설되어 있는 봉길터널은 길이가 2430m인데 편도 1차선 구간이다. 나는 되도록 터널을 통과하지 않고 우회하기 위하여 해당구역 면사무소와 발전소에까지 전화를 했다. 발전소에서는 우회로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었다. 면사무소에서는 우회로를 가르쳐주기는 했으나 워낙 멀리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 우회로라는 명칭을 붙이기 민망했을 것이다. 현재 동해안 자전거 길 나머지 구간을 건설할 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이 이 구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스트레스 많이 받은 봉길 터널, 자전거로 건너기는 상당히 긴 터널이다.

나는 평소에 라이딩을 하기 전에 사전 계획을 철저하게 하는 편인데, 이 구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미 봉길터널의 존재를 알았고, 도저히 우회는 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며, 그렇다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들을 준비했다. 자전거에 부착한 후미등만 3개였으며 경광봉도 준비하고 배낭에는 반사테이프도 붙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고, 이제 터널을 통과하는 일만 남았다. 터널 앞에 도착하여 모든 등의 전원을 켜고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최대한 빠르게 통과하자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막상 터널에 들어가니까 다른 건 몰라도 빠르게 통과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터널이 뚫리기 전에는 현재 울타리가 쳐진 발전소 안에 있는 구길로 차량이 다녔는데, 터널이 뚫리고 나서는 발전소 측에서 구길을 폐쇄해버려서 하는 수없이 자전거도 터널을 통과해야했다. 감포~울산 구간은 생각보다 차량이 많이 다녔다. 더구나 편도 1차선이다 보니 터널 안에서 자전거에 관대한 차량보다는 신경질적인 차량이 더 많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터널의 길이는 평소보다 더욱 길게 느껴졌고, 터널 속 갓길에는 자갈 등 이물질이 많아서 빨리 달릴 수가 없었다. 그러니 더욱 긴장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지만, 어쨌거나 무사히 터널을 통과하여 밝은 세상에 나와서는 환호를 지를 뻔 했다. 그 후에도 나는 다른 사람의 라이딩을 가이드 하기 위해서 한 번 더 봉길터널을 통과했는데, 두 번째라서 그런지 마음이 훨씬 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런 경험과 더불어 11월말에 동해안 종주를 완성했다. 이제 계절은 겨울. 나는 평소처럼 주말이면 여전히 당일 최소 100km 이상 장거리 라이딩을 했다. 겨울이라 낮의 길이도 짧고 춥기도 해서 대구를 많이 벗어나지는 않았지만, 대구 근교 고개를 넘는 것을 대부분 포함하여 장거리 라이딩 계획을 세우고 매주 달렸다. 그리고 2015년 봄이 되었다. 봄이기는 했지만 아직 라이딩 하기에는 적합한 날씨가 아니었다. 그래도 지난해에 계획했던 백두대간 고개를 넘는 라이딩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