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화 교수의 종주기는 계속된다.

백두대간 종주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날. 함양터미널에서 육십령으로 가는데 3월초라서 그런지 아직 눈이 많이 있었다.

이때부터 거의 매주 주말, 당일을 이용하여 여름방학 때까지 백두대간 종주를 완성할 계획을 세우고 라이딩을 하였다. 물론 학교의 행사나 개인적인 일 등으로 인해서 백두대간 종주를 연기하기도 했지만, 라이딩만큼은 날씨와 상관없이 한 주도 거르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나는 백두대간을 따라 북으로 진군하듯 하면서 대관령까지는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하여 항상 당일로 라이딩을 끝냈다. 중간에 끊어진 구간은 한 군데도 없었다. 만일 끊어진 구간이 생기면 반드시 이어가면서 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이 대구에 있었기 때문에 대관령 위쪽에 위치한 나머지 백두대간 고개들은 도저히 당일코스로 계획할 수가 없어서 방학 때 한꺼번에 넘기로 하고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7월31일부터 2박3일 동안 나머지 고개들(진고개, 구룡령, 운두령, 조침령, 한계령, 진부령, 미시령)을 넘기 위해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속초를 향해 출발했다. 속초에 있는 발해역사관에 주차를 하고 미시령을 향해서 라이딩을 시작했다.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었지만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이 좀 들떠 있었다. 미시령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곧장 진부령을 반환점처럼 돌아서 백담사 계곡과 12선녀탕 계곡을 지나고 한계령까지 올랐다. 오색약수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길게 줄을 서 있어서 약수를 마시지 못하고 내려와서 민박을 했다.

구룔령

친절한 강원도 시골 민심을 뒤로 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조침령을 향해 출발했다. 경사도 14~5%의 고개, 고개를 넘기가 너무 힘들어서 새도 자고 간다는 조침령을 찍고 1013m 구룡령도 힘든 줄 모르고 넘었다. 이제 백두대간 고개로는 960m 진고개가 남아 있는데, 진고개로 가기 위해서는 1089m 운두령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통일전망대 가는 길에 넘었던 운두령을 또 넘었다. 당시에는 끌바도 했지만, 이제는 실력이 늘어서 안장에 올라서 힘차게 페달을 돌리면서 도착했다. 스스로를 대견해하면서 진부면과 월정사를 스쳐 지나가듯 진고개로 향했다.

진고개에 오름으로써 백두대간 종주를 완성하였다. 기쁨에 겨워서 자전거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지만 라이딩하는 데에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시각은 오후 5시를 넘어가고 있었는데, 진고개까지 올라가는 데에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그런데 정상을 1km 정도 남겨둔 지점이었을까? 갑자기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했다. 한번 밀려오기 시작한 안개는 삽시간에 온 사방을 휘감아서 30m 앞이 겨우 보일 정도였다. 후미등과 전조등을 모두 켜고 올라갔다. 희뿌연 안개 너머로 진고개 정상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2015년 8월 1일 오후 6시경, 마침내 백두대간 마지막 고개에 올라온 것이었다. 무거운 자전거를 힘차게 들어 올리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만세를 불렀다. 눈물이 나올 줄 알았는데, 감격은 했지만 눈물이 흐르지는 않았다. 또 다른 목표가 속에서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일까?

진고개 정상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안개는 점점 입자가 굵어져서 비로 변했다. 안개와 비 그리고 어두워지고 있는 도로. 나는 매우 조심스럽게 다운힐 하여 민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주문진까지 자전거로 가서 속초까지는 버스로 이동했다. 발해역사관에서 차에 자전거를 싣고 기념으로 통일전망대를 둘러보기로 했다.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에 간간이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이미 동해안 자전거 길이 삼척 임원까지 일부가 개통되어 달리고 있는 라이더들이었다. 내가 1년 전에 달렸던 그 길을 그들이 달고 있는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 중에 오른 함백산 정상.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고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이다. 태백산보다 6m가 더 높은 1573m이다. 두 번째 함백산에 오름.

백두대간 모든 고개를 넘기 위해 반드시 경유할 수밖에 없는 고개들도 많다. 모두 합하면 대략 60개 가까이 된다.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서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인 1573m 함백산 정상도 있다. 물론 백두대간을 넘기 위해서 만이라면 함백산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백두대간에 포함시키고 있는 화방재와 만항재 그리고 두문동재(싸리재)에 오르면서 함백산에 오르지 않을 라이더는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함백산에 두 번을 올랐다. 태백산보다 6m가 더 높다. 이런 함백산에 자전거를 타고 올랐다는 것은 아무래도 자기만족이리라. 이렇게 라이딩 하면서 나는 한 번도 스스로 불만족해한 적이 없다. 내가 달렸던 만큼, 내가 올랐던 만큼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그때마다 늘 성취감을 느꼈으니까.

함백산 정상에서 내려다 보이는 태백선수촌

하지만 새로운 계획은 늘 마음속에 세워지고 있었다. 2016년에는 남해안 구석구석 종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2016년 1월 1일이 되기 전, 평소와 같이 늘 주말이면 장거리 라이딩을 했지만, 부산~대구 낙동강 길 200km 당일 라이딩을 비롯해서 당일 300km를 두 번 달렸다. 이렇게 2015년이 멀어져 가는데, 생각해보니 딱 한 주를 제외하고는 주말마다 달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약한 태풍이 불 때도 8시간 동안 꼬박 비를 맞으며 대구 근교 700m 이상의 고개 3개를 넘은 적도 있었다.

낙동강 종주길 중 다운힐, 이럴 때 달리며 힘을 약간 보충하는 것이다.

2016년이 다가오면서 1월 1일 새해 첫날부터 남해안 종주를 시작하기로 계획했다. 새해 첫날은 매우 상징적이니까 그냥 그렇게 시작하고 싶었다. 1월 1일 아침 대구에서 첫 버스를 타고 부산에 도착하여 지하철로 낙동강 하굿둑으로 이동하여 남해안 종주를 시작했다. 한 겨울이라 기온은 낮고 바람도 제법 불었지만, 진해와 창원, 마산을 거쳐 통영까지 해안을 따라 가는 길이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오히려 동해안과 달리 남해안은 높지는 않지만 업다운이 무척 많아서 120km를 달리는 동안에 몇 개의 고개를 넘었는지 셀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남해안 첫 구간을 무사히 마치고 1월에만 여수까지 달렸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대부분 당일 코스를 계획해서 달리기 때문에, 끊어진 구간을 나중에 이어서 달리기도 하는데 2월이 되어서 통영과 거제 일주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는 3월과 4월에 영산강, 섬진강, 금강, 오천 자전거 길, 그리고 능내역~서해아라갑문 구간을 달림으로써 4대강 종주와 국토 종주를 두 번째 완성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두 번째 종주는 모두 온전히 나 혼자서만 달렸기 때문에, 홀로 라이딩의 즐거움을 마음껏 느껴본 뜻깊은 라이딩이었다. 그중에 대구에서 출발하여 영산강을 당일로 종주할 수 있는 방법까지 알게 되어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기도 하다.

5월 5일에는 순천~해남 땅끝마을까지 남해안 종주를 완성하기로 하고 출발했다. 순천에서 라이딩을 시작하여 고흥반도를 일주하고 하룻밤을 묵은 저녁 6시경에 땅끝마을에 도착함으로써 구석구석은 아니지만 남해안 종주도 완성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린이날을 포함한 연휴 때문에 잠잘 곳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가게 구석방까지 물어봤는데, 5만원을 내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웬만하면 잘 수도 있지만 너무 심하다 싶고 횡포라고 생각했기에 그냥 먼데로 계속 자전거를 타고 갈 생각을 하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