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화 교수의 이야기는 계속 된다.

국토 종주 자전거 길과 4대강, 섬진강, 오천 자전거길 모두 어렵고 힘든 코스는 아니다. 국토 종주 도중에 있는 이화령을 비롯해서 몇몇 고개가 있기는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못 넘을 고개는 하나도 없다. 물론 처음으로 이화령 같은 고개를 넘으려고 하면 거대한 산맥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밀고, 끌고 가면 된다. 그게 라이딩의 묘미가 아닌가? 처음부터 힘들이지 않고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부지런히, 끈기 있게 자전거를 타다보니까 다른 사람보다 잘 타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잘 타는 사람들은 이화령 같은 고개를 넘는데 전혀 힘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들은 경험이 있고, 훈련이 되어 있어서 근육도 라이딩하기에 적합하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보다는 고개를 쉽게 넘을 뿐이다. 누구도 초보가 아니었던 사람은 없다. 부지런히 달리다보면 어느새 초보자를 벗어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나에게로 한정하면, 라이딩을 하면서 가장 힘든 코스는 바로 곧고 길게 뻗은 직선 구간이다. 차량을 운전해 봐도 이런 구간은 긴장이 풀릴 수 있어서 위험한 것처럼, 라이딩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을 매우 지겹게 만드는 코스가 바로 이런 길이다. 눈앞에 저 멀리 보이는 지점은 아무리 달려도 아직 한참 멀어 보인다. 물론 달리면 그 길이 끝나기는 하지만 느낌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로를 건설할 때도 일부러 곡선 구간을 군데군데 넣어서 만든다.

하지만 나는 자전거 길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느꼈다. 대표적인 직선 구간을 보면, 서해아라뱃길이 그러하며, 낙동강에는 전 구간에 걸쳐서 제법 많이 있다. 금강 길은 금강하굿둑을 출발하여 대청댐 쪽으로 얼마 가지 않아서부터 그런 길이 시작된다. 영산강 길도 목포에서 출발하면 처음부터 직선 구간을 만나게 된다. 물론 강물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서 자전거 길을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라이딩도 운전의 일종이라는 걸 안다면, 의도적으로 굽이치게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원래 강둑과 제방이 그렇게 만들어져 있었고, 강둑과 제방을 자전거 길로 이용하도록 한 것이라면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있는 것을 활용하는 것이니 세금을 그만큼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이니까! 그러나 금강 자전거 길을 보면 제방이나 강둑을 이용한 게 아닌, 하천부지에 길을 건설한 곳도 많은데, 이런 길조차 직선 구간으로 만들어버린 곳이 많아서 아쉽다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라이딩을 하면서 어려웠던 것을 한 가지만 더 말하면, 식사 할 곳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국토 종주와 4대강 종주 등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숙식을 해결하는 게 가장 어려운 점인데, 숙박 할 곳은 미리 계획하여 저녁에 어디쯤 도착할 것 같다고 예상할 수가 있지만, 식사는 전혀 다른 문제이다. 계절에 따라서 배가 빨리 고파지기도 하고 수분을 공급해야 되기도 하며,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하다보면 언제 그것을 보충해줘야 할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도 두 번째 종주 금강과 오천 자전거길 그리고 영산강과 한강 능내역~서해아라뱃길을 달릴 때 식사는 전혀 하지 못하고 에너지 젤 같은 것에만 의존해서 달린 적이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중간에 식당이 보이면 뭐라도 먹어야 된다고 말은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배가 안 고픈데 먹어봐야 얼마를 먹겠는가?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강제로 식당을 차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결국 각자가 충분히 먹을 것을 준비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 또한 되도록 짐의 무게를 줄이는 게 장거리 자전거 여행에는 역행하는 것이니, 이래저래 딜레마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좋았던 것은 없을까? 당연히 무척이나 많이 있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 자체가 좋다. 그것도 장거리로!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주말이면 토요일 또는 일요일에 무조건 하루는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종일을 자전거로 달리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가족도 나에게 ‘중독’이라고 하며, 나 또한 당연히 인정한다. 가장 큰 기쁨을 한 마디로 말하면 바로 ‘성취감’이다. 오늘도 종일 달렸다는 성취감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 물론 대부분은 목표 지점이 있다. 하지만 목표 지점이 없어도 좋다. 나에게 달릴 힘이 남아 있고 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달리며, 그렇게 달리고 나면 뭔가 모를 속 후련함을 느낀다. 그것뿐이다.

자연을 보면서 경치를 느끼고, 보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보면서 북한강이 참으로 낭만적이구나 하고 느낀 것은 라이딩이 주는 덤이다. 양평을 지나 남쪽으로 남한강을 따라 달리면서 새벽을 맞이하는 느낌은 몽환적이었다. 이화령을 넘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하지만, 오르막 뒤에는 내리막이 있는 법, 조심스럽지만 시원하게 내려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힘들었던 업힐을 금방 잊게 될 것이다. #2

문 성화 교수: 계명대학교 교수, 독일유학, 철학 박사,  카카오 스토리에 자전거 여행가라는 필명으로 자신의 자전거 여행기를 올리고 있다. 매주 거의 쉬지 않고 정진하는 스님 처럼 라이딩을 수련의 대상으로 삼아  새로운 글을 소개하고 있다. 56세